지하철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3번 출구로 나와 풍덕천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중층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반듯한 부지에 넓게 펼쳐진 경기도 용인 ‘수지신정마을1단지’다. 올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용인 수지구 내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으는 단지다. 2000년 준공해 올해 26년 차를 맞이한 단지로 12개동, 1044가구로 구성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지신정마을1단지 전용 59㎡는 올해 2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이미 2월 초 같은 면적 매물이 11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불과 10일 만에 또 다른 신고가가 탄생했다.
전용 59㎡ 단일 면적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8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해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계속해서 10억원대 거래가 이어졌으며 올해 2월 1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불과 3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나온 매물은 저층 11억원대, 중고층은 12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장점은 뚜렷하다.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단지다. 수지구청역 일대에는 신정마을1단지와 비슷한 규모의 단지가 여럿 있다. 이 중 신정마을1단지 위치가 가장 좋다. 수지구청·여성회관·수지도서관 등 공공시설과 가까우며 서울·분당·수원 방면 버스정류장이 단지 바로 앞에 있다. 신월초·정평중·문정중·풍덕고 등 주변에 학교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학원 접근성도 좋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2000년 준공한 노후 아파트로 재건축이 가능한 준공 30년을 바라본다. 문제는 낮은 대지지분과 높은 용적률이다. 전용 59㎡ 대지지분은 35.71㎡며 용적률은 214%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가구당 대지지분이 45~50㎡ 이상이면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신정마을1단지는 구조적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낮은 재건축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입지가 워낙 좋고 주변 대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깔리며 지난해부터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동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정마을1단지는 학원가 접근성은 물론 강남이나 판교 출퇴근이 편리해 30~40대에게 늘 인기 있는 단지”라며 “지난해부터 매달 평균 10건 가까이 거래되는 등 단지 규모 대비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신정마을1단지’. (윤관식 기자)11주 연속 상승률 1위
강남 3구도 떨어졌는데 수지만 왜?
경기도 용인 수지구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그칠 줄 모른다. 지난해 말부터 11주 연속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부동산원의 2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용인 수지구는 0.55% 올라 전국 자치구 중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2월 4주 집값 흐름이다. 올해 1월부터 서울 집값 상승률은 조금씩 감소 중이다. 강남권은 이미 하락세로 전환했다. 2월 4주 서울 강남구(-0.06%)와 서초구(-0.02%), 송파구(-0.03%) 등 강남 3구 집값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가 동반 하락한 것은 2024년 2월 1주 이후 처음이다.
반면 용인 수지구는 여전히 0.5% 이상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용인 수지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1주째 전국 시·군·구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 2개월 동안 수지구 집값은 약 4% 올랐다.
수지구 서쪽에는 드넓게 광교산이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대부분 수지구 내 동쪽이나 남쪽이다. 신분당선 라인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죽전동, 북쪽 동천동, 중앙은 풍덕천동, 남쪽은 신봉동과 성복동, 상현동이 위치한다. 수지구 집값 상승은 신분당선 라인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단지나 수지구에서 귀한 신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 단지가 수지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이다. 2019년 준공한 신축 아파트로 2356가구 대단지다. 북쪽으로는 성복천이 흐르며 단지 바로 옆에는 꽤 큰 규모의 롯데몰이 있다. 신분당선 성복역까지 도보 약 3분 거리 초역세권 단지다. 가장 거리가 먼 106동이나 101동에서도 10분 이내 지하철역까지 이동 가능하다.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는 올해 2월 1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이 단지 전용 84㎡가 17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풍덕천동에는 수지구청역을 중심으로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다. 이곳에는 1990~2000년대 지은 아파트가 많다. 500가구 이상 단지 중 신축 아파트로 분류되는 단지는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와 ‘더샵동천이스트포레’ 등이다. 2015년 준공한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845가구)는 단지 왼쪽에 수지체육공원이 넓게 펼쳐져 생활환경이 좋다.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 전용 84㎡는 올해 1월 12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2월만 해도 10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지만 1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 나온 매물은 타입별로 다르지만 호가는 12억~14억원 수준이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
잠시 쉬어갈 타이밍 올 수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독 용인 수지구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수지구는 수도권에서 대표적으로 공급이 없던 지역으로 분류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연평균 약 1500가구가 입주했지만 2024년 11월 죽전동 ‘e편한세상죽전프리미어포레’ 이후 신규 공급이 끊겼다. 지난해 신규 입주 단지가 아예 없었고 향후 2~3년간 공급 예정 단지도 없다.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신규 공급 물량 자체가 없어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고, 그에 발맞춰 입지 좋은 구축 아파트가 뒤따라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당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수지구가 이른바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수지구 집값은 분당의 60~70%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수지구 집값 역시 많이 오르긴 했지만 분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분석이다.
향후 수지구 집값 전망은 다양하다. 호재는 분명 있다. 수지구에는 대지지분은 작지만 입지 좋은 구축 아파트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 중이다. 수지초입마을이나 보원아파트 등은 이미 이주를 앞뒀다.
앞으로 3년 동안 공급 물량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수지구 신규 입주 물량은 없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서울 강남권을 필두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남 집값이 약 100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만큼 수지구 또한 그 흐름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이미 수지구 부동산 매물은 다른 지역처럼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용인 수지구 아파트 매물은 3월 2일 기준 4042건으로 한 달 전(2816건)과 비교해 43.5% 늘었다.
최근 풍덕천동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 청약 결과는 향후 수지구 부동산 시장을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다. GS건설이 짓는 ‘수지자이에디시온’은 지난 2월 23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14가구 모집에 143명이 신청해 0.67 대 1 경쟁률로 미달됐다. 앞서 이 단지는 용인시 등 수도권 거주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청약 경쟁률 4.19 대 1을 기록하며 일부 타입이 미달됐다. 이후 자격 요건을 전국으로 넓혀 지난 2월 2일과 23일 두 차례 무순위 청약을 했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되기도 했지만 이번 청약 결과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지구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지역으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없어 지난 몇 개월 동안 집값이 급등했다. 경기도 남부 지역은 서울 강남 집값 흐름과 동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강남 3구나 과천 등이 하락세로 전환해 용인 수지구 집값만 계속 오르긴 쉽지 않다.